[사설] 두테르테 당선과 트럼프 돌풍, 막말로만 보면 본질 놓친다

입력 2016-05-10 17:32  

두테르테 필리핀 다바오시 시장이 지난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범죄자를 10만명 처형해버리겠다” 등의 과격한 언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와 자주 비교됐다. 성폭행당한 여성 호주 선교사를 비아냥거려 논란을 일으켰다. 필리핀 유권자들은 과연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인가. 아니다. 두테르테는 22년간 다바오 시장을 지내면서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다바오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바꾼 주인공이다.

필리핀은 연 6%대의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약물, 각종 범죄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유권자들은 온갖 민주주의 구호보다 발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원했다. 두테르테는 범죄자를 처형하고 6개월 내에 부패를 없애겠다는 급진적 발언을 통해 새로운 리더상을 보여주었다. 40%인 외국인의 필리핀 기업 소유한도를 50%로 올리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트럼프 돌풍도 비(非)주류의 약진이다. 미국민은 더 이상 ‘캡틴 아메리카’나 ‘세계 경찰’이란 용어를 원치 않는다. 유권자들은 이제 자국의 이익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미국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선거 전략을 세웠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단순한 구호였다. 역대정권에서 일종?금기어였던 NATO나 주한, 주일 미군의 방위비 문제도 과감하게 언급했다. 무슬림이나 멕시코인 이민에 대한 반감을 여지없이 쏟아냈다. 처음에는 가십거리였던 트럼프 돌풍은 점차 태풍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트럼프와 두테르테의 상스러운 등장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 민주주의의 타락이라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세계 정치흐름의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FT는 트럼프류의 정치기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들을 ‘막말 정치가’라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이들의 등장이 세계정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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